치솟는 기름값, 정유 4사 3분기에만 4조 ‘돈방석’…정치권 ‘횡재세’ 타깃되나

시간 입력 2023-11-09 07:00:00 시간 수정 2023-11-09 00: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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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정유 4사 합산 영업익 3조 9464억…2분기 대비 급증
국제유가·정제마진 강세 효과…4분기도 호실적 전망
지정학적 충돌,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큰 변수
횡재세 논의 본격화…정유업계 고수익 부정적 여론 부담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업황 부진으로 고전했던 국내 정유 4사가 3분기 4조원대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주력인 석유사업 부문에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다만, 중동 리스크로 최근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진 점은 여전히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정치권에서 횡재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 하는 상황에서, 고유가 시대, 정유사들이 큰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3조 94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에 이들 4개 기업이 총 5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개월만에 영업이익이 4조원 가량 불어난 셈이다. 정유업계가 호황국면을 이어가던 지난해 동기(2조7355억원)와 비교해서도 44.3% 증가한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이다.

업체별로 보면,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이 각각 1조2053억원, 1조5631억원을 기록하며 이전인 2분기 대비 큰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도 47.4% 122% 증가한 호 실적이다.

또한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 역시 3분기에 각각 8589억원, 31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상반기 부진을 털고 대규모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저유가, 정제마진 축소로 어려움이 컸던 석유사업의 업황이 하반기 들어서면서 크게 개선되면서 역대급의 실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석유 부문에서 각각 -4112억원, -2921억원, -2348억원, -965억원의 큰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고유가에 정제마진이 대폭 개선되면서 3분기 석유사업 부문에서만 각각 1조1125억원, 6662억원, 9562억원, 2620억원으로 대규모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수요 회복과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으로 두바이유 가격은 6월 평균 배럴당 74.6달러에서 9월 평균 배럴당 92.0달러까지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상승해 정유사로서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도 상승세를 거듭했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운임비 등을 제외한 이익으로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 2분기 배럴당 4.1달러로 떨어졌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3분기 들어서는 두배인 9.5달러로 반등했다.

에쓰오일측은 최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아시아 정제마진은 타이트한 공급 상황 속에서 성수기 드라이빙 및 항공 여행 수요 강세로 급반등했다”며 “공급 측면에서도 역내외 설비 가동 차질로 인해 시장 내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못해 재고가 감소하고 마진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4분기에도 정유업계의 이같은 우호적인 업황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측은 “4분기 석유 사업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 기조 지속 및 수요 위축 우려가 예상되지만, 낮은 재고 상황이 유지되는 가운데 동절기 비축 수요 증가 및 중국 수요 회복 추세에 따른 수급 불균형 확대로 강세 시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정유사의 4분기 실적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으로 상승하던 국제유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의 경제 지표 부진 영향으로 4% 이상 급락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면서 “4분기도 양호한 실적을 전망하고 있지만, 3분기보다 강세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고유가 시대, 일반 국민들은 물론 산업 전반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유업계만 천문학적인 규모의 실적을 내면서 호황을 이어가는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고금리, 고유가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금융, 정유 등 일부 업종의 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한국형 횡재세’ 부과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최근 고유가·고금리 상황에서 막대한 이익을 낸 정유업계, 은행권 등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횡재세는 특정 업종이 아무런 노력 없이 과도한 불로소득을 누린 것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라며 “정유사나 은행권 등 일부 업종은 역대급 실적을 누린 반면, 민생경제는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횡재세 도입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 한시적으로 고통 분담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미 범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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