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에 울다 웃은 정유업계...4Q에도 실적 강세 이어질까

조봉환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7 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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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확대로 정유4사 3Q '깜짝 반등'...4Q도 기대감 높아
정제마진 다시 하락 전환과 국제정세 등 수요 불확실성 잔존
▲정유업계가 3분기에 정제마진이 크게 오른 덕분에 깜짝 실적을 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사진=SK이노베이션제공>

 

국제유가가 오르면 대부분의 업종은 원가가 상승, 관련업체들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다름 아닌 정유업계다.


정유업계는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 보일 수록 실적이 좋아진다. 업계의 수익성을 좌지우지하는 정제마진이 유가가 오를 수록 확대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와 운송비 등을 제외한 값을 말하는 데, 유가에 정비례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유가 흐름에 연동돼 움직인다.


정유업체들은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 폭이 커져 이익을 많이 내고, 반대로 유가가 급락하면 정제마진이 떨어져 큰 손해를 보는 구조다.


정유4사가 2분기 극도의 부진을 털어내고 3분기에 일제히 급반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의 2분기와 3분기 실적 변화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 3Q 정제마진 저점대비 8배 상승이 호실적 견인

정유4사는 상반기까지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면서 정제마진이 급락, 어려움을 겪었다. 정제마진이 지난 4월 배럴당 2달러까지 추락, 배럴당 4달러 안팎인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 산유국의 잇단 감산결정에 국제유가가 반등하며 정유업계는 3분기엔 깜짝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3분기 정제마진이 15달러까지 돌파하며 저점 대비 8배 가량 치솟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하락과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까지 밀리며 상반기에 크게 고전했던 정유업체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3분기에 일제히 우량한 실적을 냈다.

 

▲국내 정유업계가 하반기 실적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제공>

 

우선 SK이노베이션의 경우 3분기 19조8891억원의 매출에 1조563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올 들어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다.


지난 2분기에 4000억원대 손실을 만회한 석유사업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SK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매출은 12.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22%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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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S-Oil) 역시 고유가 등에 힘입어 3분기 8조9996억원의 매출과 85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로 67.9% 늘었다. 2분기(364억원) 대비로는 2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이 7조1987억원의 매출과 66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매출 5조8235억원, 영업이익 3191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83.9% 증가했다. 원유정제설비 정기보수로 인해 매출이 줄었지만, 복합 정제마진이 대폭 개선된 때문이다.

◇ 4분기 양호한 실적전망 속 정제마진 다시 하락

GS칼텍스도 예외는 아니다. GS는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여타 정유사들과 마찬가지로 전분기 대비 크게 개선된 실적을 거둘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GS칼텍스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8220억원을 달성,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름값에 상반기에 울다가 3분기들어 활짝 웃은 정유업계는 4분기에도 비교적 전망이 밝다. 정제마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국제유가가 4분기에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생산 감축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반등할 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감산과 공급 감축에 대한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6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장보다 31센트(0.39%) 오른 배럴당 80.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보다 0.32달러(0.39%) 상승한 배럴당 85.21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전고점 대비로는 10% 이상 하락한 것이지만, 감산 기조가 내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의 강세 전망에 따라 정유4사가 내심 콧노래를 부를 것으로 보이나, 몇가지 변수는 남아있다. 일각에선 정유4사의 실적이 4분기는 3분기에 비해 크게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국제유가 급등시 석유제품 수요위축 우려 커

우선 3분기 실적반등을 견인했던 정제마진이 고점대비 40% 이상 떨어졌다.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로 석유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에 비례해 상승하지 않고 마진이 줄어든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주차에 연중 최고치인 배럴당 16.8달러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이 4분기 들어 빠른 하락세로 보이다가 10월 3주차엔 10달러 밑으로 내려앉았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제공>

 

아직까지는 손익분기점을 크게 웃돌고 있지만, 추가 하락이 이어진다면 영업이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가능성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리스크다. 자칫 중동전쟁으로 확대돼 유가가 급등하고 석유파동이 일어나면 결국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할 개연성이 높다. 게다가 4분기는 전통적인 석유제품 성수기다.


석유제품의 수출이 부진한 흐름도 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요가 점차 늘고 있고 4분기는 전통적인 성수기지만 국제유가가 폭등하면 수요 위축으로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동절기 석유제품 수요 증가와 낮은 재고 수준 유지 등으로 정유업계의 4분기 실적이 대체로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불안한 국제정세 등 변수가 워낙많아 현 상태에서 4분기 실적의 좋고 나쁨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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