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공장 대부분 셧다운…일부 주유소 휘발유 '품절'

유영규 기자 2022. 11. 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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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어제(28일)로 닷새째 이어지면서 시멘트·레미콘에 이어 정유업계 등 전 산업계로 파장이 퍼지고 있습니다.

시멘트 출하가 계속 중단되자 수도권 레미콘 공장들은 시멘트 재고가 바닥을 치면서 대부분 가동을 중단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로 인해 레미콘 타설이 불가능해진 주요 건설현장은 대체 공정을 먼저 진행하는 식으로 대응 중이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이 역시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유업계는 탱크로리 기사들의 파업 참여로 일선 주유소들이 제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재고가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일부 주유소에는 '휘발유 품절' 안내문이 붙기도 했습니다.

철강업체도 운송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송 출하가 닷새째 막혀 대체 경로를 찾느라 부심하는 상황입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장기화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파업 사태가 길어지면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탱크로리 기사들의 화물연대 가입이 늘어난 상태여서 '기름 대란'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3분기부터 정유 4사 운송업자들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본격 모집했습니다.

그 결과 올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10% 수준이었던 조합원 가입률이 약 70%까지 크게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사전에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주유소는 재고가 곧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탱크 용량이 적어 재고 수준이 낮은 주유소도 일부 있다"며 "그런 주유소들 위주로 배차해 기름 부족 사태가 없도록 대응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 조치에도 28일 오후 서울과 경기도 등의 일부 주유소에는 '휘발유 품절' '무연휘발유 재고 없음' 등의 안내문이 붙기도 했습니다.

재고 소진으로 영업을 할 수 없는 주유소는 향후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차량을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석유화학업계도 파업 영향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아직 전체적으로 물류가 막힌 상황은 아니지만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운송을 기피하다 보니 출하에 조금씩 차질을 빚고 있다"며 "급한 물량은 미리 빼놓아 당장 피해는 없으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공장 가동에 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도권의 레미콘 공장은 시멘트 재고 부족으로 어제부터 가동이 거의 중단됐습니다.

레미콘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서 오봉역 사고로 시멘트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난주 파업을 앞두고 레미콘 타설이 필요한 현장에 선출하까지 진행한 터라 수도권 레미콘 공장은 시멘트 재고가 거의 바닥이 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레미콘업계는 전국적으로 출하가 중단되면 하루 평균 피해액이 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최근 원자잿값 상승과 레미콘 운송 차주에 대한 운임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파업이 계속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시멘트 공장들은 현재 생산 차질은 없으나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을 통한 시멘트 출하는 여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시멘트 공장 입구에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비조합원 차량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고자 경찰 인력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그러나 비조합원들도 조합원들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BCT 운행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극성수기로 시멘트 재고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지난 6월 파업 때보다는 공장에 재고를 쌓아둘 공간이 비교적 충분한 상황"이라면서도 "파업이 장기화해 출하 중단 사태가 길어지면 생산량 조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 등 서울·수도권 건설현장은 대부분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가운데 마감 등 대체 공정으로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이르면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부터는 아예 공사가 중단되는 곳도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레미콘 수급에 큰 문제는 없지만 수도권 15∼20개 현장은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상태"라며 "길면 일주일 정도는 대체 공정으로 버티겠지만 이제 기초·골조공사를 한창 진행 중인 곳은 레미콘 타설 없이는 대체 공정도 마땅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파업에 대비해 자재를 미리 확보해둬 당장 공정을 중단한 곳은 없지만, 본격적인 동절기에 접어들기 전 최대한 레미콘 타설을 해두는 것이 중요한데 파업이 길어지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며 "공기 지연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국내 양대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육송 출하 중단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기준으로 포항·광양제철소의 일일 육송 출하량이 각각 2만t·1만5천t이었습니다.

현대제철은 당진·인천·포항·순천·울산공장 등 5개 사업장에서 일평균 5만t의 철강재를 출하합니다.

두 철강사는 긴급재 운송을 위해 대체 차량을 동원하거나 해상·철도로 출하하는 방법을 찾고 있으나 운송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송 물량을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철강재가 외부로 반출되지 못하고 공장에 쌓이면 공장 내부에 제품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 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 6월 물류파업 당시 제품 출하 차질로 도로나 공장 주변에 제품을 쌓아두다 한계에 다다르자 선재·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포항제철소는 지난여름 태풍 피해로 제철소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이라 더욱 우려가 큽니다.

포스코 측은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를 위한 설비 자재의 입출고 운송이 가능하도록 화물연대 측에 협조를 지속해서 요청 중"이라며 "현재 복구용 자재는 반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완성차업계는 아직 부품 공급이나 차량 생산·운송 등에 차질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기아 전국 공장에서는 완성차를 지역 출고센터로 옮기는 탁송차 '카 캐리어'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 여파로 배송센터 직원들이 직접 완성차를 몰고 운송하는 '로드 탁송'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직원들이 개별 탁송하는 차량에 대해 품질보증 주행거리를 2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타이어업계도 파업 첫날인 24일부터 제품 물류 관련 영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주 후반부터는 재고 부족 현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24~26일 입출고율이 평소 대비 30~40%로 떨어졌고, 전주보다는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40~50%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호타이어는 24일부터 완성차업계 등에 공급하는 긴급 출하물량을 제외하면 출하가 막힌 상태여서 전국 물류창고에 비축한 재고로 대응 중입니다

작업 기간이 길어 통상 수개월치 자재를 비축하는 조선업계는 당장은 큰 영향이 없으나 파업이 1개월 이상 장기화하면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해운업계는 화물을 평소보다 일찍 항만에 반입하는 방식으로 운송 차질을 피하고 있지만 이번 주 중반 이후에는 본격적인 피해가 예상됩니다.

수출품 운송과 선적이 원활하지 않아 거래처와 계약에 차질이 생기거나 수입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수출입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3일부터 28일 오전 9시까지 32개 화주사로부터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물류 애로 56건(중복선택 가능)을 접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 단절'이 25건(45%),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물류비 증가' 16건(29%),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중단' 13건(23%), '공장·항만 반·출입 차질로 인한 물품 폐기' 2건(4%)으로 집계됐습니다.

재생타이어 등을 수출하는 한 중소업체는 물량이 가장 많은 연말에 납기 지연으로 추가 주문이나 기존 주문 취소 사태가 발생해 회사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물류 차질 여파는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7일 냉장고를 구매하려고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을 찾은 소비자 이 모(40)씨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사용하던 제품이 고장나 당장 교체가 필요한 이 씨는 이곳저곳 발품을 팔았지만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에서 대형 가전 구매자에게 배송 차질 가능성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상품 페이지에 배송 지연 공지를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한 온라인몰의 냉장고 상품 페이지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제품 입출고에 차질이 발생해 배송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가 걸렸다. "부득이하게 사전 안내 없이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 "물류 불안정으로 지정일 배송 요청이 어렵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화물 컨테이너 운송 차질로 해외직구 물품 배송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한 배송 대행업체는 최근 "화물 컨테이너가 파업으로 세관 창고에 도착하지 못해 배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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