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갈수록 떨어지지만 고환율 때문에 체감 기름 가격은 그대로다.

더구나 원자재 수입 비율이 높은 국내 경제 특성상 고환율이 물가 안정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3일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올해 1월 이후 최저 가격인 78.74달러, 벤치마크 국제 유가인 브렌트유는 86.1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6월과 견줘 5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높은 유가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유가 안정과 함께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이 해결되리라 전망되기도 했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정부의 유류세 대책과 맞물려 7월부터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달러 가치가 갈수록 오르면서 유가 안정이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1천431.30원)은 전거래일 대비 22원 오른 1천430원을 돌파, 금융위기이던 2009년 3월 17일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경유 가격도 이날 1L당 1천846원을 기록하는 등 국제 유가 안정에도 1년 전 가격인 1천400원대를 찾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국토교통부는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지급 대상은 화물차 44만 대, 버스 2만 대, 택시 500대다.

유가를 제외한 에너지 수입가격도 치솟았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의 경우 지난해 8월 1t당 535달러였으나 올해 8월에는 1천194.6달러로 2배 이상 뛰었다. 치솟은 LNG 가격은 전기·가스를 비롯한 공공요금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LNG 발전 비중이 30% 이상인 전기는 4분기(10~12월)부터 적용될 요금이 기존 인상분(기준연료비 1㎾h당 4.9원)에 더해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유가 안정으로 원자재 수입이 원활해지리란 예상을 깨고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경기도내 수출기업들의 고통도 심화된다.

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중간재 수입이 많은 경기지역 기업 특성상 고환율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것보다 환율이 더 큰 폭으로 뛰면서 경기가 나아지리란 예상보다 부정적 예상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백창현 기자 bc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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