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소 계획 추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단위: 만 톤) 자료=기후솔루션
정부의 수소 계획 추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단위: 만 톤) 자료=기후솔루션

[이코리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수소경제 육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생산방식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자칫 수소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14일 ‘청정한 블루수소는 없다: 한국 수소경제의 숨겨진 온실가스 배출 추산’ 보고서를 내고, 천연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 과정에서 천연가스를 바로 전력 생산에 활용할 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솔루션 추산에 따르면, 정부의 계획대로 수소경제를 추진할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오는 2030년 연간 최대 3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져 있다. 수소연료전지의 경우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순수한 물 외에 다른 환경오염물질은 거의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소는 저장과 운송이 쉽고,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흔해 고갈 위험도 없다. 이 때문에 수소에너지는 저장·운송이 어렵고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유력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수소가 순수한 기체 상태로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소를 생산하려면 화합물에서 수소를 분리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생산방식에 따라 수소도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핑크수소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현재 수소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되는 그레이수소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을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분리해내는 ‘추출수소’와 석유화학·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의 두 종류로 분류되는데, 두 종류 모두 수소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규모가 작지 않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을 적용한 경우다. 하지만 블루수소 또한 그레이수소보다 적을 뿐,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 코넬·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블루수소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규모는 그레이수소의 88~91% 수준이었다. 아직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술 효율이 높지 않은 데다, 생산·운송과정에서 천연가스가 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린수소와 핑크수소는 각각 재생에너지, 원자력을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수소를 뜻한다. 환경단체에서는 핑크수소 또한 핵폐기물 등의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한 그린수소만을 청정 수소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국내 수소경제 육성 계획에서 청정 수소 생산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수소 생산량의 대부분을 화석연료 기반인 그레이·블루수소로 공급할 계획이다. 전체 수소 공급량의 80%를 넘게 차지하는 해외 수입 수소는 아직 구체적인 도입 비중도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후솔루션은 정부 및 한국가스공사, 포스코, SK E&S 등 3개 기업의 수소 생산 계획에 따른 잠재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했다. 그 결과 정부는 2030년까지 약 3023만톤의 온실가스를  추가 배출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가스공사와 포스코는 각각 1784만톤, 772만톤을 추가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SK E&S는 2025년까지 483만톤의 온실가스를 추가 배출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후솔루션의 예상대로라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은 지난해 ‘국제 메탄 서약’에 가입하고 2020년 기준 메탄 배출량 133만톤 중 약 30%(39만톤)을 2030년까지 줄여나가기로 약속했다.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정부 및 주요 기업이 현 수소경제 계획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국제사회에 감축하기로 약속한 배출량의 절반에 가까운 약 18.3만톤의 메탄을 추가 배출하게 된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 온도가 1.1˚C가량 오른 상황에서 이산화탄소를 뛰어 넘는 온난화 가스인 메탄의 조속한 감축은 파리협정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며 “현시점에서 메탄 배출을 오히려 늘리는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경제 추진은 국제 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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