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차 시대 살아남기, 요즘 주유소 별 걸 다한다

김경미 2021. 10. 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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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탈탄소 시대 주유소는 위기다. 유통·물류업체 등과 손잡고 생존을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이 들어섰다. [사진 에쓰오일]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휘발유·경유 소비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402개로 1년 새 96곳이 문을 닫았다. 한 해 전보다 폐업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었다. 탈 탄소 시대를 맞아 정유·주유소 업계는 생존을 위한 변신이 한창이다.

주유소들은 우선 최대 장점인 입지를 활용해 도심 속 물류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SK에너지와 CJ대한통운은 지난 8월 도심 물류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SK에너지의 주유소 공간에 초소형 물류기지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구축하고 이를 공동 운영하는 내용이다.

친환경·탈탄소 시대 주유소는 위기다. 유통·물류업체 등과 손잡고 생존을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상품 픽업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진 GS칼텍스]

물류센터는 일반적으로 지대를 고려해 도시 외곽에 대규모로 설치된다. 도심 속 주유소 물류센터는 규모가 작다. 대신 잘 팔릴만한 상품 위주로 물건을 비축한다. 전국 187개 주유소를 보유한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는 지난달 신세계그룹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주유소 부지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주유소 부지를 상업시설을 갖춘 도심 물류거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2019년부터 주유소 유휴 공간을 쿠팡의 로켓배송 마이크로 물류센터로 제공 중이다. 서울과 수도권 20여개 주유소가 배송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주유소는 추가 임대 수익을 올리고 쿠팡은 도심 물류 거점을 확보할 수 있어 두 회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주거지와의 접근성이 좋은 점을 활용해 물품을 보관하는 ‘픽업센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케아는 지난 5일 GS칼텍스와 손잡고 ‘가구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케아에서 가구를 구매한 소비자가 배송지를 가까운 GS칼텍스 주유소로 지정하면 주유소에서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원래 이케아의 가구 배송비는 4만9000원이지만 주유소 픽업센터를 이용하면 이를 1만9000원으로 줄일 수 있다.

친환경·탈탄소 시대 주유소는 위기다. 유통·물류업체 등과 손잡고 생존을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중고물품 거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사진 현대오일뱅크]

물류 스타트업 ‘줌마’는 전국 SK에너지와 GS칼텍스 주유소 420여 곳을 택배 집화 장소로 활용 중이다. 고객이 ‘홈픽’ 서비스를 통해 집에 방문한 ‘피커(택배 집화기사)’에게 배송을 주문하면 집화기사는 물품을 받아 거점 주유소에 보관한다. 배송기사는 거점 주유소를 방문해 보관돼 있는 물품을 배송지까지 운송하는 방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7월 중고거래 플랫폼 ‘블루마켓’을 출시하고 주유소를 거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주유소에 관리자가 있고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친환경 서비스도 활발하다. GS칼텍스는 현재 전국 70여개 주유소와 LPG충전소에서 전기차 충전기 100여기를 운영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 ‘일레클’과 제휴해 주유소 내 전기자전거 주차와 대여, 반납 서비스를 제공한다.

SK에너지는 아예 태양광 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 17개 주유소·서비스센터의 옥상, 유휴부지를 활용해 총 2.2M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전국 직영주유소 50여 곳에 태양광 시설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기조와 맞물려 주유소 매출이 줄자 업계에서도 생존을 위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주유소의 뛰어난 접근성을 앞세워 고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복합 편의공간으로 빠르게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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