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테슬라·GM·포드·폭스바겐, 전기차 생산 감산 vs 현대차·토요타는 '증산'

공유
0

[초점] 테슬라·GM·포드·폭스바겐, 전기차 생산 감산 vs 현대차·토요타는 '증산'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에 전기차 업체들 엇갈린 선택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주요 전기차 생산업체들이 감산과 증산으로 엇갈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주요 전기차 생산업체들이 감산과 증산으로 엇갈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 (GM), 포드에 이어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4일 (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테슬라와 빅3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 시장에 모두 합해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하려고 했으나 이제 그런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사태 장기화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화한 게 전기차 수요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고급 전기차는 수요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를 출시해도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에 나서지 않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1년 116%였던 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61%로 감소했고, 올해는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 증가세는 계속됐으나 그 폭은 2021년 115%, 2022년 61% 등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많은 사람이 하루 벌어 하루를 살면서 신용 카드 빚,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은 많은 소비자가 지출 한계에 이른 것으로 우려한다.

테슬라는 가격 인하 전략으로 판매량 하락을 차단해 왔다. 테슬라는 일부 모델을 판매 가격을 올해 30%가량 내리기도 했다. 테슬라와 경쟁 업체들도 가격 할인 전략으로 맞섰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9월에 판매된 전기차 평균 가격은 5만 683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월 당시의 6만 5000 달러에 비해 크게 내려간 것이고, 8월 당시의 5만 2212 달러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

테슬라가 지난 3분기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실적을 내며 '어닝 미스'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공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18억 5300만달러(약 2조 510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2억 9200만달러)보다 44%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7.6%로, 지난해 동기(17.2%)보다 9.6%포인트 하락해 반토막 수준이 됐다. 매출총이익률도 17.9%로, 작년 동기(25.1%)보다 7.2%p 떨어졌다. 머스크 CEO는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과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멕시코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GM 일본 혼다 자동차가 ‘테슬라 타도’를 목표로 1년 반 전부터 추진해 온 50억 달러(6조 7500억원) 규모의 저가 전기차 공동개발 계획을 지난달 25일 폐기했다. GM자체적으로 설정한 전기차 생산 목표를 낮췄다. GM이 지난해 중반부터 내년 중반까지 2년간 4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했다.
GM은 2025년에 테슬라를 제치고 북미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전기차 생산을 늘려왔다. GM은 2035년까지 모든 생산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최근 GM은 미시간주(州)에 건설하기로 했던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도 1년 연기했다.

세계 2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 그룹은 유럽을 포함한 세계 주요 지역 전기차 수요 둔화로 동유럽에 세우기로 한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 9월에도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기차 생산 규모를 줄였다. 또 2026년까지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세우기로 한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포드 자동차는 전기차 수요 감소를 이유로 12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생산 공장에 대한 투자를 전격 연기했다. 포드 전기차 사업부는 지난 3분기 지난해보다 배에 달하는 13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스웨덴의 볼보도 전기차 생산 규모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과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는 전기차 생산을 지속해서 늘려나가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존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24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일정도 계획대로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전기차 194만 대를 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 37만 5000대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도요타는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배터리 생산 공장에 80억 달러(약 11조 원)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이 공장에서 2025년부터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 전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2026년 150만 대, 2030년 35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도요타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 실적은 2만 4000대에 불과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