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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잘나가는 전기차, 슬림갑옷 입고 강철심장 단다

[트렌드] 철강업계 '전기차용 강판' 새 먹거리 정조준

입력 2023-05-24 07:00 | 신문게재 2023-05-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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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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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전기차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넷제로, 탄소 순배출량 0)을 최대 정책 의제로 삼으면서 이에 발맞춰 전기차 보급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2032년까지 현지 생산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이다. 태국 정부도 오는 2030년까지 현지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아예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우리 정부도 2020년 기준 누적 14만대였던 국내 전기차 보급을 오는 2025년까지 113만대로 8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기준 13% 정도였던 전기차 침투율(전체 차량 판매에서 차지하는 전기차 비중)은 오는 2035년 90%에 달할 것으로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내다봤다.



◇ 2035년엔 신차 10대 중 9대가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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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 공장 전경.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전동화 모델로의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완성차 대표주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8년 동안 24조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과 울산에 각각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 2025년 상반기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1183만㎡ 부지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64만대까지 늘려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에 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쌍용자동차에서 이름을 바꾼 KG모빌리티도 전기차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린다. 올해 하반기 토레스의 전기차 모델 ‘토레스 EVX’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어 오는 2025년까지 토레스 EVX 기반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 코란도를 계승한 준중형급 ‘KR10’, 렉스턴 후속 모델인 대형급 ‘F100’을 출시한다.

이런 완성차 업체들의 변화는 국내 철강업체에도 큰 파장을 불러왔다. 친환경이면서 가볍고 강도는 센 차량용 강판을 요구받게 된 것이다.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운 전기차의 특성상 강판의 고강도화와 경량화에 따라 주행거리와 안전이 좌우될 수 있어서다. 고중량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차는 동급 차종이라도 내연차에 비해 많게는 2배 가까이 무게가 더 나간다. 효율 제고를 위해 보다 가벼운 강판이 선호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운전·탑승자뿐 아니라 배터리 등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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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예산 공장에서 생산 중인 자동차용 고강도 핫스탬핑 부품

이런 이유로 정의선 회장도 최근 충남 당진 소재 현대제철 공장을 찾아 전기차용 강판의 기술 고도화 여부를 살폈다. 현대차와 기아에 생산량의 대부분을 납품하는 현대제철은 초고강도 핫스탬핑 강판에 힘을 싣고 있다. 핫스탬핑은 가열된 강판을 금형에 넣고 성형한 다음 급냉시켜 강도를 향상시킨 제품으로, 복잡한 형태의 차체를 얇고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차량용 고부가가치 강판으로 사용되며 무게가 가벼워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 현대차와 기아의 내연기관차에는 전체 강판의 15% 정도에 핫스탬핑 강판을 적용하지만 전기차에는 이 비중이 20%로 높다. 현대제철의 핫스탬핑 강판 중 가장 강도가 센 제품은 1.8GPa(기가파스칼)에 이른다. 1GPa는 가로·세로 각각 1㎜ 크기가 100㎏의 무게를 버티는 정도의 강도를 말한다.

 


◇ GPa급 차량 강판시장, 연평균 13%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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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사용해 제작한 구동모터용 철심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전기로를 통한 1.0GPa급 고급 강판 시험생산과 부품 제작에도 성공했다. 이 강판은 고로(용광로)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환원시켜 쇳물을 만들어내는 대신 전기로에서 직접환원철과 철스크랩(고철)을 사용해 쇳물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현대제철이 핫스탬핑 강판에 힘을 쏟는 건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전세계 GPa급 자동차 강판 시장은 2020년 670만톤에서 2025년 1240만톤으로 연평균 13%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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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전기차용 구동모터
포스코는 전기강판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전기강판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전기강판은 전자기적 특성이 우수한 기능성 제품으로, 크게 무방향성 전기강판과 방향성 전기강판으로 나뉜다. 이 중 무방향성 전기강판이 전기차 엔진 역할을 하는 구동모터의 철심(Core)에 쓰인다. 구동모터 내부에는 고정된 S극과 N극 자석이 있는데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코일에 전기를 흘리면 자기장이 생기고, 다시 운동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철손(Core loss)이라고 하는데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철손량이 일반 철강재보다 절반 넘게 적어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손실이 적으면 배터리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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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무방향성 전기강판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두께가 얇을수록 철손이 줄어 0.3㎜ 이하의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이 전기차 구동모터에 적용된다. 그만큼 기술력이 필요해 전세계에서 14개 철강사만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한다. 그중 한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무방향성 전기강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1조원을 투자해 연간 30만톤의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전남 광양에 건설하는 중이다. 이 공장이 오는 2025년 완공되면 포스코의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능력은 총 40만톤으로 늘어난다. 중형 전기차에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이 평균 80kg 정도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500만대분에 해당한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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