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가속 꿀렁거림 불만… 컨트롤 기술 개발 가속도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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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가속·회생제동으로 멀미 호소
전기택시 스마트 회생제동 잘 안 돼
기사들 난폭 운전 습관도 ‘한몫’
일부 업체, 내연기관 수준 모델도

국내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기차의 급가속·회생제동시 꿀렁거림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현대자동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 타운’. 현대차 제공 국내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기차의 급가속·회생제동시 꿀렁거림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현대자동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 타운’. 현대차 제공

“전기택시에 타면 멀미가 납니다. 버스도 전기차는 피해서 타고 있어요.”

40대 회사원 이모 씨는 대중교통 이용시 전기차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전기택시와 전기버스가 늘어나면서 회피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제조사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이 같은 꿀렁거림을 해소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택시 전기차 신규등록(개인·법인) 대수는 4991대로 2020년(901대)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전기택시 신규등록 대수를 보면 2019년 1018대, 2020년 901대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급증한 것이다.

또한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현황을 분석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에서도 올들어 7월까지 등록된 택시 2만 296대 중 7394대는 전기차로 전체의 36.4%를 차지했다. 수입차협회 통계에서도 올들어 10월까지 전기차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3.5배 가량 높은 8.3%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면서 이 씨처럼 전기차 이용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이는 전기차의 고유 특성인 급가속과 회생제동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의 엔진은 RPM(분당회전수)이 어느 정도 올라가야 최대토크가 나오지만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최대토크가 올라가 급가속이 이뤄진다. 이때 탑승객은 몸이 앞으로 쏠리게 된다.

또 전기차의 경우 가속페달을 놓으면 이 과정에서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배터리에 충전되는 회생제동이 이뤄진다. 이때도 전기차는 속도가 급격이 줄어들어 탑승객은 거의 급제동과 같은 상황처럼 또 한 번 몸쏠림을 겪게 된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관성에 따라 속도가 유지되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과 비교된다.

아우디 순수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Q4 e-트론’과 회생제동시스템이 표시된 계기판 모습. 아우디코리아 제공 아우디 순수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Q4 e-트론’과 회생제동시스템이 표시된 계기판 모습. 아우디코리아 제공

국내에서 전기택시와 전기버스 점유율이 가장 높은 현대차·기아의 경우 회생제동의 강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택시나 버스 기사들이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회생제동의 강도를 높여서 운전할 경우 승객들은 적지않은 불편을 겪게 된다.

또한 자동으로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하는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도 개발이 돼 있다. 이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을 활용하면 도로의 경사, 운전자의 감속 성향, 전방 차량 위치와 과속 카메라의 여부에 따라 회생제동 단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버스에는 현행 법규상 이 시스템을 장착할 수 없고, 전기택시에는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차량에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레이더 카메라가 필요한데 버스에는 법적으로 SCC 기능을 넣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수입차의 경우 회생제동을 제어해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행이 가능한 모델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출시한 아우디 ‘Q4 e-트론’은 일반적인 주행시 회생제동 강도를 사실상 조절할 수 없게 세팅했다. 회생제동 강도를 높인 B(브레이크) 모드가 별도로 있지만 강도가 높지 않다. 이는 아우디가 개발한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 덕분이다. 이는 ‘바이 와이어’라는 전기신호를 활용한 제어를 하는 것으로, 브레이크의 피스톤을 작동하게 하는 힘이 브레이크액의 유압인데, 이것을 조작하는 데 물리적인 조작이 아닌 전기신호로 네 바퀴의 회생 제동을 제어해 급가속과 급제동을 컨트롤하는 방식이다.

지난 9월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EQE’의 경우에도 인텔리전트 회생제동 모드를 켜면 내연기관 차량이 감속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느낌으로 주행한다. 주변 차량을 감지해 상황에 맞게 회생제동이 이뤄지는데, 앞차와의 간격이 가까울 때나 교차로에 다가설 때는 서서히 감속이 이뤄져 울컥거림을 최소화한 것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 e-트론처럼 회생제동으로 인한 꿀렁거림을 감소시키는 기술도 절실하지만 운전자가 회생강도를 조절해서 충분히 꿀렁거림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대중교통의 경우 기사의 운전습관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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