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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탈바꿈' 원전, 尹정부 핵심산업 될까

K-택소노미, 저금리·투자증대 기대…"미국 공조로 입지 확대 중요"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9.22 16:16:26
[프라임경제] 전 정권에서 찬밥 신세였던 원자력발전이 윤석열 정부서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 일약 핵심 에너지로 자리잡고 있다. 그간 움츠려 있던 국내 원전업계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최근 환경부는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원자력 연구개발을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과 원전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에 포함한 K-택소노미 초안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脫)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원전을 국가 핵심 주력산업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윤석열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내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7.5% 수준인데다가, 가스 역시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원별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액화천연가스와 석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진 점도 원전의 K-택소노미 도입 논의에 속도를 붙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부정적이던 이미지를 빠르게 탈피하는 분위기다.

이에 국내 원전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원전산업은 발전소 수출 시 1기당 약 5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 국가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환경부가 원전을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20일 공개했다. 사진은 6월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특히 국내 원전업계는 K-택소노미로 인해 투자 증대와 은행권의 조달금리 인하 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인증한 유자격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됨에 따라 투자 유인과 조달금리 절감 등 원전산업 생태계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국 원전의 수출 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원전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작금이 수출산업화 추진의 적기라고 판단한다. 특히 원전 수출시장 최강자로 꼽히는 러시아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어 국내 업계가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러시아 원자력기업 로사톰(Rosatom)에 따르면 러시아는 원자력 발전소 수출시장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12개국에서 35기의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했으며, 수주 규모는 1330억달러를 웃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추가 원전 수주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원전업계에 또 다른 기회가 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러시아가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어 우리나라에게도 기회가 왔다"며 "미국과 프랑스 역시 우수한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어느 한 나라가 독점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국내 원전업계가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한수원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 건설 사업계약을 13년 만에 수주한 데 이어 18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체코·폴란드 출장길에 오르는 등 추가 수주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7월 EU 집행위원회가 원전을 녹색사업으로 분류했다. 사진은 가동 중단이 임박했던 독일 바이에른주 군트레밍엔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이 가동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현재 체코와 폴란드는 각각 8조원, 40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체코는 추가로 원전 3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업 규모는 30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규모가 상당한 만큼 주요 원전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도 이번 사업에 참여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과의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한수원이 원전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팀 코러스(KORUS, KOREA와 US의 합성어)' 전략을 활용, 수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속적인 수주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발주를 요청한 국가에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감안할 수밖에 없어 미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영국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등도 원전 건설 계획을 밝히고 있는 만큼 독자 수주보다는 장기적인 협업이 이득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삼파전 경쟁 구도보다는 미국과 원전산업 공조를 돈독히 해 시장 내 입지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협업한다면 우리나라도 원전 수출 기회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유럽을 비롯해 원전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은 만큼 향후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원전산업 특성상 기술적인 난관보다 인식 문제, 국가별 특성 등 수용 난관이 훨씬 커 이를 잘 극복하는 것이 숙제다"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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