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패널. 출처=연합뉴스
태양광 패널. 출처=연합뉴스

약세장 속에서도 테마주 돌풍을 일으키며 동반 강세를 나타냈던 '태조이방원'이 업종 간 희비가 갈리고 있다. 주식이 급등한 만큼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는 데다 기업 별 추세 지속성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지난 뒤 조선과 방산 주도 종목들이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 중에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한국항공우주(047810), OCI(010060), 삼성중공업(010140), 한국조선해양(009540)이,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국항공우주, 현대미포조선(010620), LIG넥스원(079550), 성일하이텍(365340), 현대로템(064350), 에코프로(086520) 등이 각각 순매도 20위권 내에 들었다.

'태조이방원'은 최근 하락장 속에서 정책적 수혜 등의 요인으로 강한 상승세를 일으킨 업종인 태양광과 조선, 2차전지, 방산, 원자력을 통칭하는 말이다.

태양광과 2차전지, 원자력은 에너지 관련 종목으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조로 주목받던 분야였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원유와 천연가스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체 에너지로서의 가치가 크게 반영된 업종이기도 하다.

조선은 물류난 및 노후선박 대체 등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면서 수주 릴레이가 이어진 영향이며, 방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급부상하고 있는 섹터이다.

섹터별로 태양광은 한화솔루션과 현대에너지솔루션, OCI 등이, 조선은 현대미포조선,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2차전지는 LG에너지솔루션과 엘엔에프, 방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 원자력은 주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비에이치아이 등이 대표주로 꼽힌다.

이들 종목을 포함한 업종 내 주도주들은 올 하반기 무서운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14일 종가 기준 5만2800원으로 6월말(3만7900원) 이후 39.3%,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34.4% 올랐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6월말 3만5950원에서 이날 7만8200원까지 두달 보름여만에 117.5% 급등했다.

'태조이방원'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약세장 속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던 테마지만, 불안한 매크로 환경과 급등한 주가로 인한 차익실현 매물 등이 출회되면서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꺾이는 종목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테마 내에서도 주도주가 나뉘는 모습이다.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출처=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출처=한국조선해양

특히 조선의 상승세 둔화가 눈에 띈다. 현대미포조선은 6월말 9만1100원에서 8월24일 11만6000원까지 상승했으나 이날 1만1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한국항공우주 역시 5만3800원에서 9월6일 6만2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6월말보다 가격이 낮은 5만2600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악재는 없지만 주가가 오른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은 있다"며 조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움직임이 기관과 외국인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여기에 주가 급등에 따라 해당 회사의 대주주와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도, 이익실현에 나선 것도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룹 지수회사인 (주)두산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회사 임원들도 보유 주식을 장내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솔루션 역시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가 이어졌으며, 국민연금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 지분 일부를 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