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심했던 태양광..이젠 부침없는 회사로 지속성장 이끌어야죠 [톡톡! 경영인]

김대영,박윤구,이윤재 2022. 5. 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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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OCI 부회장
턴어라운드 성공
제2도약 시동

■ 대담 = 김대영 산업부장(부국장)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속에서 국내 유일한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 OCI가 제2의 도약에 나섰다. 폴리실리콘은 잉곳과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산업의 기초소재이자 반도체 웨이퍼의 원재료로 순도 99.999999999%의 고난도 공정을 요구한다. OCI는 나노 단위까지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아시아 최고의 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에너지솔루션, 바이오제약, 2차전지 소재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년래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2020년 5조원 규모 군산공장 설비 중 3분의 2를 멈추고 구조조정할 수밖에 었었던 OCI의 오너 3세 이우현 부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소회를 밝히고 경영 목표를 공개했다. 이 부회장은 "태양광 산업이 그동안 부침이 심했는데,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를 만들고 은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OCI가 2년 만에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턴어라운드 비결과 올해 실적 전망은.

▷사업 특성상 장기 공급 계약이 많아 품질은 물론 원가까지 유리해야 한다. 한국에서 생산하면 제품 품질은 뛰어나지만 중국 업체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밀린다. 그래서 2017년 말레이시아 공장에 투자해 대대적인 시설 정비로 수율과 원가를 상당 부분 안정화시키면서 반전을 이뤄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태양광 육성 정책을 이어가고, 유럽도 러시아와의 에너지 위기로 태양광 산업을 장려하고 있다. 전 세계 폴리실리콘, 웨이퍼 업체 중 90%가 중국에 있는데 미국과의 무역분쟁 여파로 인해 사업적으로 다소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 독일 바커그룹과 한국 OCI를 제외하면 중국 외에 폴리실리콘을 만들 역량이 있는 곳이 없어 활황이 예상된다.

―OCI가 기사회생한 배경에는 일본 화학 업체 도쿠야마에서 인수한 말레이시아 공장이 있다. 2000억원의 투자 결단을 내린 배경은.

▷태양광 산업이 반드시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폴리실리콘 제품 경쟁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한국은 원가가 너무 높았다. 10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화학 회사 도쿠야마가 말레이시아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국제화 경험이 풍부한 OCI가 이를 인수해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섰다. OCI는 2009년부터 모든 사내 공식 문서를 영어로 작성하고 해외 현지법인에 업무재량권을 대폭 부여했다. 국내에서 파견한 인력도 20여 명으로 최소화하면서 현지인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세계 각국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가 각광받고 있다. 향후 사업 계획은.

▷올해는 미국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현지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OCI가 1GW 이상 생산능력을 갖추고 (텍사스에서) 1위 업체가 될 수 있을 만큼 미국은 사업하기 좋은 나라다. 미국 정부의 투명한 정책과 과감한 규제 철폐 덕분에 현지 태양광 산업 종사자가 모든 에너지 정책 관련 산업 종사자보다 많아졌다. 텍사스보다 3배 이상 큰 태양광 시장을 지닌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다. 향후 미국 뉴욕주·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케미칼, 금호피앤비화학과의 합작 사업은 물론 부광약품 지분 인수까지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OCI 역사에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이라는 기록이 많다. 반도체 소재, 그린에너지 사업 등 독자 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게 됐다.

포스코케미칼과 2차전지 음극재 소재로 쓰이는 고연화점 피치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현재 전량을 수입하고 있는 만큼 소재 자립도 측면에서 중요하다. 금호피앤비화학과는 말레시이아에서 풍력발전용 에폭시 소재인 에피클로로히드린(ECH)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ECH를 나프타로 만들고 있어 공정상 폐수가 발생하지만, OCI는 말레이시아의 팜오일 부산물인 글리세린을 주원료로 해 폐수가 생기지 않는 친환경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OCI는 나프타 중심의 일반 석유화학 회사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업체다. 고체, 액체, 기체 등 다양한 형태의 물질을 나노 크기로 다룰 수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지닌 업체는 아시아에서도 두세 곳에 불과하다. 이 기술력을 활용할 분야로 제약업종에 주목하게 됐다. 10년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해 실제로 신약을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10여 년째 마이크를 쥐고 실적발표와 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했다. 해외에선 대표이사가 직접 기업설명회(IR)를 주재하는 게 당연하다. 대표가 경영에 책임지고 혼나거나 칭찬을 받는 게 맞는다. 실적이 나쁠 때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회사 사업에 불확실한 부분까지 투명하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번 사업 계획이나 성과를 발표할 때는 까탈스러울 정도로 자료를 많이 고치기도 한다.

―최근 OCI가 대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다. 윤석열 정권 출범에 따라 기업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데,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중화학산업 특성상 투자 규모가 굉장히 크고 이에 대한 성과를 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도중에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정책까지 바뀌면 조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책이 일관성을 갖추고 예측 가능했으면 하는 게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다. 해외 사업장이 있는 말레이시아나 미국은 해당 정부가 10년, 20년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새 규제가 많이 늘었다. 대기업조차 규제를 모두 맞춰가기 어려울 정도다. 이제는 (상황이) 확실해질 때까지 사업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워라밸 중시하는 MZ, 업무역량 더 길러야

이우현 OCI 부회장은 MZ세대 직원들에 대해 "꼰대 같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직장에서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이들이 스스로 기회를 놓칠까봐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요즘 젊은 직원들에 대한 생각은.

▷나뿐 아니라 다른 CEO들도 부모의 마음으로 비슷한 걱정을 한다. 지금처럼 대기업 입사가 힘든 때 들어온 이들을 잘 키워야 하는데, 이들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더 중요한 세대이다 보니 실력을 쌓을 시간에 그러지 못하고 있다. 업무 역량이 부족하면 본인 스스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최근 기업마다 1980년대생 임원이 나오는데, CEO들은 이들을 과연 임원으로 육성하는 게 맞는지를 고민한다. 임원이 안 되면 오히려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는데, 임원이 되었는데 업무 역량이 부족해 결국 회사를 못 다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

―취미가 사진 찍기로 알려졌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두 가지 대표적 취미인 골프와 술을 모두 안 한다.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데, 내가 가는 곳은 주로 오지다. 왜나햐면 태양광 사업을 잘할 수 있는 곳은 볕이 좋고, 땅이 싸고, 전기 인프라스트럭처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 처리 후 현지에서 할 게 없다 보니 주로 자연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어떤 경영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OCI는 다른 기업에 비해 유독 어려운 제품이 많다.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센 회사들과 경쟁하고 있다. 미국·독일 기업이랑 경쟁할 땐 겁이 안 나는데, 중국처럼 외적인 변수가 많은 국가는 결이 다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외부 환경) 리스크에서도 잘 버틸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 이우현 부회장은…

오너 3세이자 창업주 이회림의 장손으로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고 이수영 회장이다.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인터내셔널 로 머티리얼, BT울펀슨, 홍콩 CSFB 부사장 등을 거쳐 2005년 OCI 전신인 동양제철화학에 전략기획본부장 전무로 입사했다. 2013년 OCI 사장, 2019년 OCI 부회장에 올랐다.

[정리 = 박윤구 기자 / 이윤재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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