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태양만으로 '탄소중립' 어렵다…尹, 앞장서 'CFE' 띄운 이유

세종=조규희 기자, 세종=최민경 기자 2023. 9.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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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탄소중립 지름길 CFE(上)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에 'CF(Carbon Free) 연합'을 제안했다. 원전과 수소에너지를 포함한 CFE(무탄소에너지)를 국제 사회 의제로 꺼내든 것이자 재생에너지로 산업의 모든 필요 전력을 충당하는 'RE100'를 보완하자는 현실적인 탄소중립 달성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하면 국제사회로의 CFE 확산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 달성 표준으로서의 CFE 국제확산과 국내 제도 정비를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단독]한미일 이번엔 'CF동맹'…"무탄소·청정수소 국제 표준 선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사진=뉴스1
한미일을 중심으로 무탄소에너지(CFE·Carbon Free Energy) 동맹이 구축된다. 3국은 전세계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회의체에서 정상회담 공통 의제로 삼고 CFE 추진을 천명할 예정이다.

자연 환경, 기후 영향, 지리적 조건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현실적 방안이라는 차원에서 한미일 3국이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너지로 청정수소에 주목하고 대체 에너지 자원으로 차세대 원자력발전에 무게를 둔 점도 3국의 협력을 더욱 깊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사용량이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만큼 무탄소에너지 사용에 대한 국제 표준을 선도해 세계 각국의 호응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24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한미일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CFE 추진과 협력 관련 내용을 공통의제로 설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에서 3국이 CFE 협력과 각국의 동참 필요성에 대한 담화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FE는 전기 생산과정에서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뜻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 청정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미일의 CFE 협력 추진은 각국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이행 여건은 태양광, 풍력에만 의족할 수 없는 자연, 지리적 조건에 따라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높은 전력발전 원가는 국가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실제 효과도 미지수다. 미국 콜럼비아대학이 RE100을 달성한 기업의 변동성 재생에너지 구매량과 전력 수요 간의 격차를 정량화한 결과 지역 전력망에서 연간 전기의 20%~50%를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말해 표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했으나 실제로는 원전, 석탄·LNG 발전 전력을 사용해 전력부문에서 탄소발자국을 '0'으로 줄이는데 기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린워싱(위장 친환경)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산업 부흥을 기반으로 수출 확대를 꾀한다는 점도 3국의 공통점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국내 산업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자국 기업 유턴과 외국 기업 투자 강화가 골자인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값싼 전력공급이 필요하다. 일본도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위해 파운드리 생산 1위 업체 TSMC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외국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청정수소, 탄소포집·저장·활용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기존 원전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원전 개발에 힘쓰고 있는 점도 한미일의 공통분모다.

각국 정부는 내부적으로 CFE 추진을 위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연방정부 시설에 24/7 CFE(24일 7일동안 무탄소 에너지)에 기반한 청정 전력 조달을 의무화했다. 일본은 전기 판매사업자의 무탄소 전력 판매를 의무화하고 무탄소 전원 확산을 포함한 'GX(Green Transformation) 추진전략' 마련했다.

정부는 한미일 3국 협력을 시작으로 CFE 국제 표준 정립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일은 자국 상황을 고려하며 경제 협력 등의 차원에서 CFE 추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IPEF, G20, APEC 등 3국을 넘어 전세계 차원에서도 관련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높은 국가 △제조업·수출 중심의 경제구조 국가 △차세대 원전 기술 보유 또는 원전 정책에 우호적인 국가 등을 대상으로 국가·기업 관점에서 CFE 협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尹 제안한 'CF연합' 내달 출범…탄소중립 표준 만든다

(로이터=뉴스1)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 제안한 'CF(Carbon Free)연합'이 다음달 공식 출범한다. 국내 민·관 협의체인 'CFE(무탄소에너지) 포럼'이 사단법인 'CF연합'으로 재탄생해 원전·수소 등을 포함한 '탄소중립 국제 표준화'를 주도한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만으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진단을 토대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직접 나서서 전 세계 각국과 'CF연합'을 꾸리겠다는 전략이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5월 출범한 'CFE 포럼'이 다음달 사단법인화되면서 'CF연합'으로 이름을 바꿔 공식 활동에 돌입한다. 독립성이 보장되면서 지속가능한 운영체를 통해 CFE를 국제 사회 의제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을 지향하는 민간 이니셔티브 RE100을 탄소중립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행 수단을 재생에너지로만 한정하다보니 국가별·지역별로 상이한 이행 여건과 기업별로 다양한 전력 사용 패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한국 역시 국토가 좁고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해 재생 에너지 생산에 제약이 적잖다. 지난해 기준 국내 태양광 발전비용은 미국의 3배, 영국의 2배다. 한국처럼 재생에너지 여건이 불리한 국가들에게 RE100은 비용 부담이 커서 또 하나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만 무작정 CFE 제도를 도입할 순 없다.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CFE 정책은 오히려 국내 기업에 재생에너지와 무탄소에너지 활용 사이에서 혼란만을 야기한다.

이에 정부는 CFE의 국제적 인식 확대와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5월 민·관 주도 'CFE 포럼'을 발족하는 등 기반을 닦아 왔다. CFE 포럼은 정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에너지 수요기업, 업종별 협·단체, 발전공기업과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 등 에너지 민간기업이 참여 중이다.

CFE 포럼 회원인 국내 주요 기업들 중심으로 'CF연합'이 출범하면 미국, 일본 등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 국제기구 등이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CF연합은 △CFE 투자 촉진 △CFE 이행·검증체계 및 국제표준 확립 △공적개발원조(ODA) 등 개발도상국 접근성 확보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을 모색한다.

정부는 CF연합을 통해 공급·조달·유통·소비 등 CFE 전 과정에 걸쳐 인증제도를 설계하고 인증결과의 국가 간 상호인정을 적극 추진한다. 연내 CFE 인증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엔 시범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말 CFE 인증제도 법제화에 착수하는 것이 목표다.

개도국도 CFE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선진국과 개도국간 협력의제를 발굴하고 ODA와 연계해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다는 방침이다. 우리 기업과 협력해 개도국에 기술과 전문인력, 컨설팅도 지원한다.

CFE 확산을 위한 국제적인 공감대 형성 노력도 병행한다.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다자경제협력체를 통해 제도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ISO(국제표준기구) 인증 등 국제 표준화 작업도 본격화한다.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제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CF연합의 첫 공식 무대가 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CF연합이 공식 출범하면 활동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ODA 등 관련 예산도 편성하는 방향으로 조만간 정부 차원의 CF연합 후속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CFE제도 착수…원전·수소도 청정에너지 인증받는다

정부가 연내 원전, 수소 등을 포함하는 CFE(무탄소에너지) 인증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내년 말 CFE 인증 제도 법제화가 목표다. 한국형 CFE 인증제도는 기업이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CFE 인증제도 법제화를 위해 △CFE 범위·기준 △공급·조달·유통단계의 제도 설계 △기업 소비단계에서의 인증 체계 등을 검토 중이다.

CFE가 자리잡기 위해선 원전, 수소 등이 생산한 에너지가 청정에너지로 인증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증 방법, 인증 주체, 인증 제도 등을 세부적으로 정해야 한다.

CFE 범주의 경우 발전원을 기준으로 할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할 지부터 논의해야 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CCS(탄소포집·저장) 기술 등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 모든 유형의 기술을 CFE에 포함하는 안을 유력 검토중이다.

CFE 공급·조달·유통단계에서도 △전력이 무탄소 발전원으로부터 생산됐는지 판단·추적할 수 있는 체계 △CFE 인증서 도입 △CFE 거래 시장 개설 △기업이 CFE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PPA(전력구매계약) 제도 △CFE 전용 전력 요금제 등을 제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CFE 인증은 기업에서 CFE를 직접 구매하거나 전력시장에서 발행된 CFE 인증서를 구매해 청정에너지 조달을 인증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원전 주변 기업을 대상으로 CFE 거래를 위한 PPA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기업의 CFE 소비단계에선 시간대나 연간 총량 기준 CFE 활용 수준을 나타낼 수 있는 조달 산식이 필요하다. 정부는 CFE 사용 비율에 따른 기업의 인센티브나 온실가스 저감 실적 인정 등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해 CFE 인증제도를 다방면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CFE 인증제도 설계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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