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타호. 이미지=쉐보레 제공
쉐보레 타호. 이미지=쉐보레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한국지엠이 내외적인 호칭으로 ‘GM 한국사업장’을 내세우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올들어 유독 회사가 기존에 쓰지 않던 다소 독특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등 한국 내 GM 주요 법인들은 각자 법인명보다 ‘GM 국내사업장’이라는 명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창원공장서 열린 한국 출범 2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회사는 ‘한국지엠’보다 ‘GM’, ‘GM 한국사업장’ 등의 명칭을 강조하는 모습이 감지됐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10월19일 경남 창원공장에서 열린 ‘GM 한국 출범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한국지엠 제공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10월19일 경남 창원공장에서 열린 ‘GM 한국 출범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 관계자는 “한국 내 GM의 비즈니스는 원래부터 본사와 직접 긴밀하게 연관되고 시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내부적으로 한국 내 법인(한국지엠, GMTCK, 캐딜락코리아)이 많고, 브랜드(쉐보레, 캐딜락, GMC)수가 늘어나고 있어 본사와 한국 내 사업 간 유기적인 연계를 강조하고 복잡성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GM 한국사업장’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GMTCK는 한국지엠 산하 조직으로 운영됐고, 캐딜락은 지엠코리아라는 조직에서 관리했다. 지엠코리아는 한국지엠과 별도 법인이지만 한국지엠 부평 본사 내에 사무실이 입점하는 등 한 몸같이 움직여왔다.

그러다 2018년 지엠코리아는 캐딜락코리아로 사명을 바꾸며 독립성을 강화했고, GMTCK코리아는 2019년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면서 한국 내 GM 자회사는 세 곳으로 늘었다. 여기에 한국지엠이 올해 RV 전문 브랜드 GMC 출범을 선언하면서 실제 한국 내 GM 사업부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GMC 시에라 드날리 사진=한국지엠
GMC 시에라 드날리 사진=한국지엠

일각에선 GM이 ‘국산차’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한국시장에서 포지셔닝을 재조정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통합 명칭'을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2년 출범한 한국지엠은 지난 20년간 약 2600만대(완성차 1200만 대, 반조립부품 1400만 대 이상)의 차를 한국서 생산하며 현대차와 기아 다음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차량을 많이 만든 회사로 자리매김해왔다. 여기에 전신인 대우자동차의 영향력이 아직 남아있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한국지엠은 국산차 업체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내 GM의 판매 라인업은 북미산 제품으로 다수 전환됐다. 국내서 생산돼 판매되는 차량은 쉐보레 스파크와 말리부(단종 수순), 트레일블레이저 등 3종뿐이다. 전량 미국산 제품으로 채운 캐딜락과 북미산 픽업 수입을 준비 중인 GMC를 비롯, 쉐보레 라인업 중 순수 전기차 볼트 EV(EUV 포함), 이쿼녹스, 트래버스, 타호, 콜로라도 등을 고려하면 GM이 한국서 판매 중인 차량 중 다수가 수입차인 셈이다.

‘통합 관리’의 움직임은 조직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이달초 한국지엠은 최고마케팅임원(CMO)으로 전 국내영업 본부장 정정윤 전무를 선임했다. GM의 한국 내 조직에 CMO가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정정윤 CMO는 쉐보레와 캐딜락 및 GMC 등 한국에 진출한 GM 산하 브랜드를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정 CMO의 역할은 ‘한국지엠’보다 ‘GM 국내사업장’에 적합한 직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국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쉐보레 국내 판매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국산차 브랜드로서의 인식이 많이 흐려지는 한편, 수입차 시장에선 상위 5~7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미국산 차량 판매대수가 결코 적지 않다”며 “향후 GM의 전동화 전략이나 국내 도입 예정인 수입산 차량들의 가격 설정 및 브랜딩 작업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지엠’보다 ‘GM 국내사업장’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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