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포함하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올해 판매 규모가 경유(디젤)차를 추월했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합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가 경유차 보다 많이 팔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확대로 환경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이 글로벌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으면서, 자동차업계는 ‘전동화’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여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이 글로벌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으면서, 자동차업계는 ‘전동화’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여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유럽에서 경유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경유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경유차를 꺼리는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일부 수입 경유차 업체 가운데 배출가스를 조작한 '디젤게이트' 사태와 요소수 대란 등으로 경유차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점도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자동차 업계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친환경차 판매량은 하이브리드차 14만1435대, 전기차 9만9803대 등 총 24만1238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7만5328대)와 비교하면 37.6% 증가한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전체 내수 판매규모는 작년보다 8.7%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환경차 판매 규모는 급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지만, 친환경차의 대표로 꼽히는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부각돼 주목된다. 첫째는 전기차 충전요금이 인상되면서, 유지비가 예상보다 많이 든다는 점에서다. 둘째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요금이 급증하면서,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전기차의 전력 소비를 감안하면,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적인가?’하는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①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다올투자증권, “그랜저보다 돈 더 드는 아이오닉”

지난 9월 1일부터 전기차 충전요금이 인상됐다.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 종료와 전기요금 인상분 등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그 폭이 제법 크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50㎾ 급속충전기는 ㎾h(킬로와트시)당 324.4원, 100㎾ 충전기는 347.2원이 부과된다. 기존보다 각각 10.9%와 12.3% 오른 가격이다.

9월 1일부터 전기차 충전요금이 대폭 인상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한 빌딩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9월 1일부터 전기차 충전요금이 대폭 인상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한 빌딩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50㎾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1회 완충(70㎾h 배터리 장착 전기승용차 기준)할 경우 충전요금이 현재 2만503원에서 2만2708원으로 2200원가량 오르는 셈이다.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기차 구매를 재고해야겠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내연기관차 대비 충전요금이 저렴한 것이 전기차의 최대 장점이었는데 이번에는 인상폭이 너무 크다", "전기요금이 계속 오르는 상황인데 전기차 구입을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평균 수준으로 주행한다고 해도 매월 2만~3만원이 추가될 것 같다"는 내용들이다.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차의 최신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6와 그랜저 3.3 가솔린 모델을 10년간 소유하며 8만㎞ 주행할 경우를 비교했다. 아이오닉6의 총비용은 구매 가격(5200만원)에 전기요금·유지비·보유세 등(1540만원)을 포함해 6740만원이었다. 그랜저 3.3 가솔린 모델(6675만원)보다 높다는 것이 다올투자증권의 분석이다. 총소유비용이 가장 낮은 건 오히려 전기차가 아닌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6210만원이라느 점이 눈길을 끌었다.

② 전기요금 3배 뛴 독일·프랑스, 전기차 판매 둔화...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정책 제동 걸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대란을 겪는 독일·프랑스는 연초 대비 전기요금이 3배 이상 뛰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최근 눈에 띄게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12월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 성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이 글로벌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으면서, 자동차업계는 ‘전동화’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여기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 6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100%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산화탄소 배출 성능 표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EU 회원국에 내연기관 신차 판매가 금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EU의 내연기관차 완전 판매금지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고,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 또는 폐지하기로 했다. 영국은 이미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고, 노르웨이도 전기차에 주던 여러 혜택을 줄이는 중이다.

③ 전기차의 역설, 전기차 1대는 4인가족 사용 전력량 맞먹어

전기차로 차박 캠핑을 해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기가 너무 많다는 점이 새삼 알려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로의 전환이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실제로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감안하면,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적인가?”라는 물음이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 9일 방송된 TBS의 ‘이차 저차 읏차’ 프로그램은 ‘전기차& 캠핑 테스트’를 통해 이 부분을 짚었다. 실제로 차박을 진행하면서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력량을 보여준 해당 프로그램에 따르면, 전기차 1대가 1달에 소비하는 전력이 4인 가족이 1달 내내 사용하는 전력량과 거의 맞먹는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방송된 TBS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전기차 1대의 소비전력이 가정집에서 한달 내내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다는 지적하며 “전기가 이렇게 많이 들면 (전기차가) 친환경이 맞긴 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지난 9일 방송된 TBS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전기차 1대의 소비전력이 가정집에서 한달 내내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다고 지적하며 “전기가 이렇게 많이 들면 (전기차가) 친환경이 맞긴 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최근의 전기차 모델에는 50kW 혹은 70kW 정도의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그 정도의 전력은 일반 가정집에서 에어컨 냉장고 등을 다 쓰면서 생활할 때, 보통 7~8일 정도를 쓸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고 프로그램 진행자가 밝혔다. 일반 4인 가정집에서 1달 평균 300~350 kW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기차에 가득 충전을 하고 최대 500km를 달린다고 가정하면, 1주일 정도 만에 재충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 프로그램 진행자의 지적이다. 따라서 전기차 1대가 1달 동안 소비하는 전력은 4인 가족이 1달 내내 생활하면서 쓰는 전력량에 맞먹는 셈이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하면서도 “전기가 이렇게 많이 들면 (전기차가) 친환경이 맞긴 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내연기관차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전기차가 엄청난 전기를 소비하면서 우회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전기차의 역설’을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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