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도 전기차로 바꿀 수 있나요?... 국내 'EV컨버전' 현주소

  • 임병선 기자
  • 2021.11.26 13:22
현대자동차의 구형 차량 포니가 라라클래식모터스 연구를 통해 전기 모터 장착을 앞두고 있다 (사진 김주용 라라클래식모터스 대표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한국에서는 언제쯤 기존에 쓰던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해 탈 수 있을까?

직장인 김 모(27) 씨는 어머니가 15년가량 탄 구형 SUV 차량 폐차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어머니가 새차를 사는데, 그는 노후경유차인 구형 SUV도 계속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DPF), 세금, 주차비 등을 고려해 결정은 폐차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김 씨 고민이 계속된 이유는 이 차가 여전히 도로를 달릴 수 있고, 차 내·외부가 충분히 쓸모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디선가 접했던 전기차 개조 방법을 수소문했다. 오래 함께 했던 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면 차 내부도 그대로 쓸 수 있고, 오래돼 보이는 차가 엔진 대신 전기로 운행된다는 점이 멋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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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운용하던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과 구동 장치 등을 들어내고 전기 모터와 배터리 등으로 동력원을 대체하는 전기차 개조, 일명 'EV컨버전'은 이런 수요에 걸맞은 대안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일반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EV컨버전을 한 차량이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 법률 상 도로에서 운행될 수 없고, 이에 EV컨버전 서비스를 상용화한 업체도 없다. 

EV컨버전 한 구형 포르쉐다. 일본 한 업체에서 구형 포르쉐에 전기차 구동 장치를 장착했다 (사진 김주용 라라클래식모터스 대표 제공)/뉴스펭귄
EV컨버전 한 구형 포르쉐 외관 (사진 김주용 라라클래식모터스 대표 제공)/뉴스펭귄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업체 라라클래식모터스 등과 함께 EV컨버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전남본부 프리미엄자동차연구센터 이태희 센터장은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EV컨버전의 현재, 또 향후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2050년 전후로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밝히면서, 많은 자동차 업체는 2030년부터 전기차만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전 세계 차량이 전기차가 되진 못한다. 신규 내연기관 차량이 판매되지 않을 뿐, 그전까지 판매된 내연기관 차량은 2030년 이후에도 계속 도로를 돌아다닐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존 차량을 모두 버린다면 자원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 이에 EV컨버전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단 중 하나로 취급받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지에서는 일부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클래식카 EV컨버전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 

EV컨버전 한 구형 포르쉐 내부 (사진 김주용 라라클래식모터스 대표 제공)/뉴스펭귄

이태희 센터장은 인터뷰에 앞서 "2030년 등록된 모든 차량중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약 20% 정도로 예상된다. 내연기관 차량이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80% 차량을 EV컨버전하는 방안이 널리 쓰일 가능성이 높다.

 

Q. 뉴스펭귄에서도 해외에서 클래식카가 전기차로 개조된다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다. 많은 분들이 EV컨버전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상용화 예상 시기는?

A. 상용화는 2년~3년 이내 가능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등 국책기관과 함께 라라클래식모터스 주식회사 등 EV컨버전 전문업체가 체계적인 프로세스로 작업을 진행중이며, 시제작한 차량 완성도는 높은 상태다. 현재는 튜닝 관련 법규 등에서 정식인증이 불가하기 때문에 운전면허 학원 등에서 시험 운전하며 데이터를 쌓고 있다. 추후 국토교통부, 도로교통공단 등과의 협력을 통해 인증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라라클래식모터스가 EV컨버전 작업을 완료한 클래식카 (사진 김주용 라라클래식모터스 대표 제공)/뉴스펭귄

 

Q. 현재 EV컨버전 관련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인가

A. 부품의 경우 현재 모터, 모터컨트롤러(인버터), DCDC컨버터 등 EV컨버전 관련 전용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전무하다. 중국, 미국 등에서 수입되는 부품으로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입 부품을 이용해 이미 사용 중인 완성차를 개조하는 경우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증부품(자동차 개조에 쓰이는 부품은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합법적으로 쓸 수 있다) 사용, 완성차량에 대한 검증 등 절차는 진행된 바가 없어 한국자동차연구원을 중심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체계적 절차와 검증 프로세스를 수립 및 진행 중에 있다.

 

Q. 현재 상황에서 만약 구형 디젤 자동차인 2001년식 쌍용 렉스턴을 EV컨버전한다면 소요 비용은?

A. 상용화 전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은 1500만 원~3000만 원으로 계산된다. 배터리 약 500만 원~1000만 원, 기타 부품 약 500만 원~1000만원, 공임 약 500만 원~1000만 원을 더한 값이다.

컨버전을 한다면 대상 차량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운전습관에 의한 급가속이나 일반 운전 등 필요한 동력 특성에 따라 배터리 용량, 사용되는 모터 출력 등을 달리 할 수 있다. 또 실내의 구성품 종류와 수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만약 일반 전기차에 들어가는 국가보조금(최대 700만 원)과 지자체보조금(평균 650만 원)이 적용될 수 있다면 저렴하게 컨버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Q.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는 것과 비교해 EV컨버전의 경제성을 평가해 보자면 

A. EV컨버전은 신규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특히 기존에 많은 차를 운용하는 자동차운전면허학원, 택시사업자, 택배사업자 등 사업에 유리하다.

 

Q. 차량 구매 결정 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지비, 예상 금액은?

A. 유지비 면에서 경제성도 높다. 오래된 연식의 차량은 엔진 및 엔진관련 부품 고장시 수리가 불가하거나 장시간의 정비기간이 소요된다. 특히 해외에서 수입된 차량의 경우 높은 부품비와 공임비를 지급해야 한다. EV컨버전을 한다면 수리 및 정비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유지비 전체를 감소시킬 수 있다.

EV컨버전 작업을 마친 현대자동차 포니 (사진 김주용 라라클래식모터스 대표 제공)/뉴스펭귄

 

Q. 내연기관과 비교해 전기차가 가진 유지비 절감 효과는?

A. 가솔린 차량 등 내연기관 차량 대비 유지비 경제성을 비교한다면 일단 전기 자동차 운행 비용은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약 3배~4배 저렴하다. 2017년에 발표된 교통안전공단 연간 승용차 평균주행거리인 12만 30.5km를 기준으로 하면 연료비 100만 원 가량이 절약된다. 또 브레이크, 브레이크액, 엔진오일, 에어필터 등 소모품 교체주기가 연장되고 교체가 필요 없는 것도 있어 수리 및 정비비도 절약된다.

엔진 대신 전기 구동 장치가 장착된 현대자동차 포니 내부 (사진 김주용 라라클래식모터스 대표 제공)/뉴스펭귄

 

Q. 전기차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 EV컨버전에도 필요할까?

A. 탄소중립을 통해 지구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EV컨버전 차량에 대해 정부보조금을 지급해 내연기관 차량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축소할 필요가 있다. 구형 디젤 차량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장착하는 DPF에 보조금을 주는 형태와 비슷하다. 

 

Q. EV컨버전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지원은? 

A. 일단 인증 및 규제 최소화가 필요하다. 현재 전기차로 개조한 차량은 법률 상 일반 도로에서 주행할 수 없기 때문에 튜닝 관련 법률 부분에서 배터리 증량에 중요한 총중량 초과 튜닝 금지, 개조 후 3000km 주행 확인, 차종별 안전성확인 검사 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개조는 다양한 차종에 이뤄지는데 한 차량마다 3000km 주행을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고, 차종별 안전성을 인증받으려면 비용 부담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인증부품 보급과 인증 프로세스 간소화도 요구된다. 해외유입 또는 국내 개발된 다양한 인증부품이 유통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며, 완성된 EV컨버전 차량에 대한 인증 절차와 방법이 간소화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특정 부품은 연결부위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인증을 대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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