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국만 믿다가 요소수 대란 자초했다

은진 입력 2021. 11. 4. 19:54 수정 2021. 11. 4. 19: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싼 가격에 중국 의존도 97% 달해
주요 공산품 공급망 재점검 필요
단기적인 해결책 찾기 힘들수도
디젤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 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요소수 품귀 대란이 심화하고 있다. 배송 물량이 몰리는 연말을 앞두고 화물차 운행에 필수적인 요소수 공급이 끊기면서 안 그래도 심각했던 물류대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이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 수출을 통제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이번 기회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주요 공산품의 공급망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갈등 속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양국 간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는 경우 핵심물자 뿐 아니라 시장 곳곳에서 원재료 수급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재편에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당장 다른 수입 루트를 찾는다고 해도 배를 통해 들여와야 해 당분간은 품귀 현상이 계속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4일 "러시아 등에서 (요소를) 수입한다 하더라도 2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수입이 막힌 중국 대신 러시아산 요소를 구하게 된다고 해도 국내에 들여오기까지 최소 2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기간 활용할 수 있는 요소수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 기간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대체할 경우 순도나 농도 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않으면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성능이 저하되거나 저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우리나라가 요소 수입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요소 수입 중국 의존도는 전체의 97%에 달한다. 러시아나 인도네시아산 대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역시 중국이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에 대해 수출 제한을 걸면서 촉발됐다.

김 교수는 "결국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 배경"이라며 "정부는 현 상황을 정밀 분석해 수입 다변화를 하거나, 또는 전략물자로 바꿔 일부는 우리가 생산하는 등의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홍석 통합물류협회 정책지원팀장은 "요소의 경우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채산성이 안맞아서 수입하는 것인데, 일본 같은 경우 그래도 자국에서 30% 정도 물량은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전해주고 있다"며 "우리도 국내에서 (요소를) 일정 수준 생산하게 한 뒤, 정부가 구매해주든지 해서 생산원가를 보전하고 일정량을 비축해주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정국가에 소재 수입을 의존하게 되면 리스크가 크다"면서도 "공급망을 다변화시키는 게 좋지만, 기업들이 그동안 관계를 맺어온 협력업체가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게 공급 마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고 기업들이 수요를 정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다변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당장 필요한 요소수를 구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 팀장은 "다른 수입 루트를 찾는다고 해도 제품 특성상 항공기로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배를 통해 와야 하는데 두 달 이상 걸리면 당장 다음달 쓸 물량이 없을 것"이라며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 등까지 겹쳐서 물류업계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우려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단기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그동안 전 세계적인 공급망이 워낙 복잡해졌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동시에 문제가 생겨 어느 한쪽이 풀린다고 해결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박정일·장우진·은진·이민호기자

comja7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