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드라이브 건 현대차… SK 이어 LG와도 손 잡을까

박진우 기자 입력 2022. 11. 29. 16:51 수정 2022. 11. 29. 1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SK온과 美 배터리 공급 협력하기로
印尼 합작사 설립한 LG엔솔도 협력 가능성
車 업계, 美 시장 잡으려 K-배터리에 러브콜
현대자동차 주력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만드는 전기차의 배터리 수급을 위해 국내 배터리 업계와 손을 맞잡는다. 북미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최대 7500달러(약 930만원)를 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 짙다. 또 7년 뒤 전기차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 협력 나서는 車·배터리 업계, 합작 공장 가능성도

현대차그룹은 29일 SK온과 미국 내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직 배터리 공급 규모나 방식, 시점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이제 막 협력을 위한 첫 발을 뗀 것으로 보면 된다”라며 “추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세부적인 내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도 미국 내 배터리 공급과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 두 회사는 인도네이사에 에이치엘아이(HLI)그린파워라는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 공장을 완공해 2024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규모는 연산 10GWh(기가와트시) 정도로, 추후 30GWh로 늘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회사와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기보다는 두 회사 모두와 함께하는 ‘투트랙’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자동차 회사가 복수 업체와 합작 법인을 차리는 건 이례적으로, 그만큼 두 배터리 회사의 경쟁력이 높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차그룹과 협력할 배터리 공장은 지난달 착공한 미국 첫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인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HMGMA 부지인 조지아주 서배너 근처에 배터리셀 공장 설립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힌 상태다. SK온은 이 지역에 배터리셀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2공장도 건립이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은 중장기 미국 전기차 판매 목표를 84만대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선 연간 60GWh급 배터리 양산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일반적인 배터리 공장의 연산 능력이 20GWh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3곳의 공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단일 업체가 감당하기는 어려운 용량으로, 다자간 협업이 필연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차와 SK온,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 공장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지역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위한 협력일 뿐, HMGMA 인근에 조성할 배터리셀 공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라고 말했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2공장. /SK온 제공

◇ 미국산 전기차·배터리에만 보조금 주는 IRA… 韓 기업에 기회 열려

미국 IRA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우리 돈으로 약 100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이다. 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는 북미에서 조립돼야 한다. 또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 광물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한 나라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해야 한다. 이 비율은 내년 40%에서 2027년에는 80%로 높아진다. 배터리도 앞으로는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비율은 내년 50%, 2029년 100%로 높아진다.

이 조항에 따라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에서 당분간 제외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북미에서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에 공장이 있는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미국 판로가 막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한국 기업과 협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온은 미국 포드와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를 미국 테네시에 지난 7월 설립했다.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블루오벌SK 공장에는 총 114억달러(약 15조1300억원)가 투입된다.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 이뤄진 배터리 관련 투자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미국 미시간주, 애리조나주에서 각각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2019년 GM과 합작해 만든 얼티엄셀즈가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최근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도요타와도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오하이오주에 혼다와 44억달러(약 5조8400억원)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합작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양자간 합작 법인의 신공장은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1분기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초기에는 연간 23GWh 규모로, 추후 33GWh로 확장한다. 최소 25억달러(약 3조3175억원)를 투자하며, 증설할 경우 투자액은 31억달러(4조1150억원)로 증가한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오른쪽)와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가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삼성SDI 헝가리 법인에서 합작법인 MOU를 체결했다. /삼성SDI 제공

◇ 2030년 미국 판매 車 절반이 전기차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New Energy Finance)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에 불과했던 미국 판매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2025년 23%, 2030년에는 52%로 급격하게 늘어난다. 이는 블룸버그NEF가 애초에 예측했던 2030년 44%에서 8%포인트(P) 상향 조정된 것이다. 한해 1500만대가량이 판매되는 미국 신차 시장을 고려하면 앞으로 7년 뒤에 신차 750만대는 전기차라는 얘기다.

블룸버그NEF는 보고서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까지 전체 차 판매량의 50%를 배터리 기반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IRA법 등의 시행으로 전기차 판매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이오닉5·6, EV6 등 주력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HMGMA의 착공식을 애초 계획했던 내년 상반기에서 지난 10월로 앞당긴 것도 이런 미국의 시장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공장 완공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 시장이 더 크기 전에 최대한 빨리 북미 생산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 건립 계획은 작년 11월 미국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발표한 도요타, 닛산과 비교해 공격적인 행보”라며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플랫폼 구축이 (일본차 대비) 최소 1~1.5년 앞서 있고, 올해 12월부터는 미국 내 기존 공장을 활용해 현지화가 이뤄진다. 현대차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기아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전기차 EV6 GT를 북미 시장에 출시했다. 사진은 EV6를 소개하는 스티브 센터 기아 북미 최고운영책임자(COO). /기아 제공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